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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아기치타 다이어리 1편 - 탄생의 순간

'아기치타 삼둥이 다이어리'에서는 에버랜드 동물원 사육사가 직접 작성한 아기 치타(2015년 6월생)의 성장 일기를 소개합니다. 아기 치타들이 멋진 맹수로 성장하는 그 날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아기치타 삼둥이가 태어났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햇빛이 들이쳐 텐트 안은 뜨거워지기 시작 한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 온몸으로 비오듯 땀을 흘려가며 이렇게 밤새 좁은 텐트 안에서 새 생명을 기다린지도 4일째.


그러나 당장 힘들고 지치는 것 보다 신경쓰이는 건, 산통을 느끼는 저녀석(아만다)은 얼마나 초조 하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었다.


오늘은 부디 순산하기를 바라면서 다시 치타 분만실이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는 CCTV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오전 10시06분...


이 순간만큼은 어미 '아만다'의 행동이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배에 힘을 주는 것이 금방이라도 무엇인가가 나올 듯 하다.


나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내 몸의 모든 신경도 아만다로 향해 있다.



오전 10시 07분...


새 생명의 탄생!!

내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아직 이른 것이, 치타는 한 배에서 1~8마리의 새끼를 가질 수 있다. 아만다의 뱃속에 또 다른 새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10시 28분 2번째 새끼가 태어나고, 11시 12분에는 3번째 새끼마저 태어났다.

곧 이어 또 다른 무엇인가가 나왔다.


적외선 카메라로 보는 이 상황에 그 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움직임도 없고, 이후 아만다의 조금은 편안한 행동을 보아 하니, 태반임에 틀림 없다.



산통이 많이 줄었는지 아만다는 세 쌍둥이를 돌보기 시작한다.


치타와 같은 맹수들은 환경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분만 후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자기 새끼를 가차없이 버린다거나 잡아먹는(카니발리즘) 등과 같은 돌발행동을 할 수 있다.


계속적인 관찰, 관심은 사육사의 숙명! 분만실 옆 텐트 생활은 당분간 계속 될듯 하다... (여보 미안^^;)



[이별과 새로운 만남]


(자칫 아가들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초보 어미로부터의 격리가 필요한 삼둥이)

이상했다.
아만다는 계속 젖을 물리려 하지만, 삼둥이들이 어미 젖을 찾는 시간도, 먹는 시간도 모든게 일정하지가 않다.

아가들의 영양 섭취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자연히 삼둥이의 활력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냉정한 판단만이 새 생명을 살려 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그리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미와 삼둥이의 분리를 결정한 순간이었다.


(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녀석들...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정말 '인형' 같다)


아만다와 이별 후 삼둥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체온 36.2도. 아기들의 뱃속에는 어미의 젖을 먹은 흔적을 느낄 수가 없을만큼 시간이 지나있었고, 자칫 조금만 늦었다면 저체온으로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었다] 사육사님, 알려주세요~ 


말씀드린 것처럼 맹수들, 특히 치타는 분만환경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그래서 임신 후엔 다른 사육사들과 완전 격리 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분만실은 푹신한 볏짚을 깔아 심리적인 안정을 주었지요. 혹여 아가들이 태어나 병균이 옮을까 염려되어 먼지를 싹 털어내고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말리는 과정에서 사육사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요 ㅎㅎ


또한, 당시 한여름을 앞두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줘 습하지 않도록 하고, 어미 '아만다'의 건강을 위해 특식을 제작하기도 했답니다. 아기치타 삼둥이의 탄생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코너 속 코너] 치타, 너란 녀석을 파헤치련다!


치타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보호 협약인 CITE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lora and Fauna)에서도 최상급인 '부속서 1종'으로 지정된 희귀 동물이어서 이번 아기 치타들들의 탄생은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동물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약 7,5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치타가 지금처럼 개체수 감소가 이어진다면 2030년 경에는 야생에서 자취를 완전히 감출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죠.

 

치타는 먹이가 나타나면 100미터를 3초대에 주파할 정도인 순간 시속 110km의 빠른 속도도 달려가 상대를 제압하는 유능한 사냥꾼이지만,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과 1년에 1∼2일에 불과한 가임 기간으로 인해 번식이 매우 어렵다고 해요.

 

이렇게 어렵게 태어난 어린 치타들도 6개월 생존율이 10%에 불과한데, 대부분 어미가 사냥을 하러 나간 사이 사자, 하이에나, 표범과 같은 맹수로부터 공격을 받아 죽고 맙니다. ㅠ


여러가지 의미로 이번 치타 삼둥이의 탄생은 큰 의미가 있답니다!


 다음 주는 이녀석들의 보모(!)로 본격 임명된 사육사와 삼둥이의 환상케미가 이어집니다.


많은 기대 부탁하치타^^^^^